예전에 출근길에 아빠한테 전화를 받고 눈물을 훔치면서 출근했던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버이날 전화하지 않았다고 화가 난 친정아버지가
아침 출근길에 전화를 해서 노발대발 화를 냈던 일이었다.
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마다 다투지 않고 끊었던 기억이 많지 않다.
그나마 용돈을 보낸 후거나, 아이가 직접 할머니·할아버지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할 때면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명절
이번 설은 조용히 넘어가는 줄 알았다. 미리 용돈도 보내고, 전화도 드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친정집으로 명절 선물로 한우 세트가 보내졌다는 소식을 회사 동료를 통해 듣게 됐다.
부모님 중 누구 하나도 받았다는 연락이 없었다. 아무 소식이 없으니 결국 내가 먼저 엄마에게 톡을 보냈다.
“회사에서 선물 갔다고 하던데 받았어?”
그제야 엄마가 답장을 보냈다.
“아, 그래. 정신없어서 얘기를 못했네. 왔더라. 심지어 한우더라~ 잘 먹었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말이야.”
진작 받아놓고, 심지어 먹기까지 했으면서도 연락 한 번 없었다니. 순간 서운함이 밀려왔다.
“아니, 받았으면 나한테 연락이라도 좀 하지. 선물만 받고 먹기까지 했다면서…”
그러자 엄마는 급히 정신없었던 이유를 말했다.
차를 긁어서 보험회사랑 연락하느라 바빴다고. 꼭 인사를 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건, 옆에서 전화를 바꿔 받은 아빠의 한마디였다.
“맏이가 돼서 당연히 명절에 인사하는 거지.”
“맏이가 하는 게 맞지.”
아, 또 시작이다.
괜히 전화해서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또 들어버렸다.
부모님의 말투나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다. 바꿀수 없다는것을 수많은 경험으로 잘 안다.
하지만 명절에 보낸 용돈은 내 쓸 돈을 아껴서 드리것이고 회사에서 내 이름으로 명절 선물이 나간것에 대해
돌아오는 말이 “맏이라서 당연하다”라니.
나도 자식을 키우지만, 더 잘해주고 싶고, 부족한 게 미안해서 마음이 쓰이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어쩜 이렇게 바라기만 하실까.
아빠랑 통화하고 나서, 출근 전에 다시 펑펑 울었다.
맏이라서 당연하다.
그 말이 너무 아프고 서러웠다.
부모가 되어서, 태평양을 건너 사는 딸이 명절마다 용돈 보내고, 선물 보내고, 전화까지 했는데,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건 정말 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의미 없이 쏟아낸 쓰레기 같은 말일까?
나도 이제 40대 중반의 나이에 왜 이런 의미 없는 쓰레기 같은 말을 받아내고, 아파하고, 또 되풀이하고 있는 걸까?
언젠가 이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면, 그냥 내가 더 무뎌져야 하는 걸까?
그냥 의미없이 하는 말이라고 넘기는데 가끔씩 이렇게 복받쳐 올때가 있다.
이럴때는 말해야 하는걸까?

블러그 다른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