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의 해외 진출은 이미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 되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 서비스,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K-Money와 K-Culture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현지에 설립하는 법인들은 그들의 역사와 경험에 비해 아직 ‘좋은 회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재원 파견: 한국 대기업의 해외법인 이야기
해외 법인의 특징 중 하나는 주재원 파견이다.
신설 법인은 직원 채용부터 성과 보상 체계 확립, 회계 시스템 도입, 현지 거래처 확보, 물류 관리 등
거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맡은 주재원들은 상당히 고생을 한다.
우리나라 3대 대기업(삼성, SK, LG)의 경우, 해외 법인 설립과 운영의 역사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제는 신설 법인을 처음부터 설립하러 나오는 주재원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보통은 이전 주재원이 본사로 복귀하면 그 자리를 새로운 주재원이 이어받는 경우가 많고,
현지에서 직접 채용된 직원들도 많아 다양한 직종의 주재원이 나오게 된다.
내가 겪은 그들과의 업무 경험은 소중하고 귀하다. 현지 직원의 능력을 발굴하여 기회를 주려
애쓰는 임원과 주재원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현지 법인과 직원들을 단순히 관리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현지 경험: 한국 대기업의 해외법인 이야기
대표적인 예로 근태, 보상 체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무 만족도와 팀웍, 복지향상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주재원들이 그 몇몇에 해당한다.
이들의 특징은 주재원으로 발탁된 것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해할 만도 한 것이, 해외 근무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본사에서 주재원을 선발할 때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아야하고, 큰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주재원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우월감은 현지 직원인 내 입장에서 때때로 당혹스럽다.
마치 관리되지 않는 지사 직원들을 바로잡아야만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며 그런 업무는 본인만이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이들은 여전히 야근과 술자리가 많고, 한국 사람, 한국회사들끼리만 어울리려 한다.
해외에 나왔어도 본사가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 중심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은 업무뿐만 아니라 사람도 한국인만 만나려 하며 사무실에서 외국 직원과 인사만 겨우 한다.
출국 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던 영어 공부도 현지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또한, 현지 직원들이 쌓아온 업무 경험과 실무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저 본사에서 방문하는 임원의 의전에만 신경을 쓰고
현지 직원들인 너희는 일만 하고, 나는 너희를 관리하는 입장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들이 관리 하려는것 중 자주 나오는 항목은 비용 절감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 비용이나 스낵바 주문 같은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러한 비용보다 더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 분명히 많은것 같은데도 말이다.
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놀러 가는 것이라 여기고,
재택근무가 계약서에 명시된 현지 직원들을 비난하며 재택근무로는 업무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인 매너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음식을 먹으며 말하거나, 전화할 때 주변 모두가 들리게 말하고, 갑작스럽게 자료가 필요할 때는 미안해하거나 조심스럽게
요청하는게 아니라 마구 요청한다. 마치 본인의 권리인것 처럼 말이다.
저녁 식사 일정을 번개처럼 직전에 통보하는 일도 잦다.
현지 직원들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일정에 맞추기 어려워, 결국 한국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경우가 많다.
제일 안타까우면서 불쾌한 점은 따로 있다.
어디 가서 인력 싸게 쓰는 회사를 듣고 와서는 현지직원의 월급이 많다고 여기저기 다 말하고 다닌다.
현지직원은 그들 나름의 고용 체계가 있다.
절차와 승인을 거쳐 이미 오래전 이루어진 계약인데 가장 예민한 부분을 세상 가볍게 접근하는 미숙한 처신이다.

파견 목적은? : 한국 대기업의 해외법인 이야기
글로벌 대기업이 주재원에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현지에 파견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현지 가서 더 배우고 습득하여 준비되고 경험 있는 리더로 키우기 위함일 것안데 내가 본 몇몇은
그들의 우월감에 취해서 그저 해외 경험 정도 하고가는 업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까지 와서 본사에서 하던 그것을 그대로 적용시키려고만 하고 여기것을 배우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으며,
그저 외국살이 경험만 하고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외국살이 경험은 Working holiday 로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치열한 한국의 입시에서 살아남은 분명 명석하고 뛰어난 인재다.
그러나 그것은 입시 경쟁에서 앞서서 살아남았다는 것이지,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도 여전히 뛰어나고 앞서가는 인재라는 보장은 아니다.
근거 없는 우월감을 버리고 기꺼이 배우고 어울리고 이해하려 할 때 진정으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주재원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현지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과이며,
이를 통해서만이 한국 기업과 현지 법인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파견은 단순한 해외 업무 체험이 아니라, 글로벌 환경 속에서 더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를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